그리움, 가려움 - 참을 수 없는 두 가지 마음 깊은 곳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동안은 각종 피부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 스트레스성 모낭염을 비롯하여 스트레스성 뭐뭐뭐, 뭐뭐뭐...
원인을 알 수 없어서 피부과를 전전해도 결론은 언제나 스트레스성.
그중 한번은 너무 가려워서 밤새도록 피가 나게 벅벅 긁다가 다음날 아침 피부과로 뛰어가서
"선생님, 제발 안가렵게 해주세요 ㅠㅠ" 하고 울었더니 선생님이 다 안다는 듯한 자상한 말투로
"그래, 아픈 건 참아도 가려운 건 못참는 거야. 금방 안 가렵게 해줄게." 하고 주사를 놔주던 기억.

  =   +   =   +   =

나는, 그랬다.
다 참아낼 수 있는 거라고.
시간이 가면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끊긴 연락을 궁금해하며 스스로 포기했던 것일뿐.

생각해보면,
서로 좋아하거나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서로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던 사이도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가면 쿨하게 덤덤하게 만난다는데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겼던 사람 어찌어찌 다시 만나게 되었었는데
저쪽은 어떤지 몰라도 난 아주 그냥 속이 다 뒤집어져.
내내 아닌척,쿨한척,강한척,상관없는척했지만
속으로는 '뭐야 그때 왜그랬던거지?' 하고 멱살이라도 잡고 묻고 싶은 심정.
오히려 더 방방 뛰고 더 즐거워한 다음 그 마음들 싹 접고 일상으로 돌아와
'내가 왜그랬지?' 하는 자괴감까지 번져서 더 괴로움.

별거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내 외로움에 내가 내 목을 졸라
별거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그리움에 혼자 질식해가기.




== + ==  +  ==

아픈 건,
아픈 건 어찌 어찌 참아보겠는데
가려운 건,
그리운 건
왜이리 참기 어려운 건지.

10년이 지나도
이리 생생한 그리움.
10년이 또 지나도
넌 내게 올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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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체리씨 2009/03/10 02:03 # 답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쿨하게 만난다는거 알고보면 다 뻥이에요.
    전 절대로 못그래요.
  • 아슈 2009/03/10 02:06 #

    그런게 맞는 거겠죠.
    전 사랑한 적도 없는 사람인데도 못견디는 자신이 미워 죽겠답니다.
  • 체리씨 2009/03/10 02:11 #

    끝장을 못 봐서 아쉬움이 남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차라리 속 시원하게 질러버리면 한번 진상 되더라도 미련은 남지 않을걸요. 뭐 물론 제가 그랬다는 것은 아닙니다. (응?)
  • 아슈 2009/03/10 02:14 #

    질러버리고 싶은 마음도 안드는 사람이에요. 잘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다만 옆에 잠시 와주었다는 그 사실 하나에
    이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이 너무 미워 죽겠... 에잇 후딱 자야겠습니다.
  • 매듭 2009/03/10 09:45 #

    뭐... 살다 보면 그런저런 경우도 있게 될수도 있지 않겠더랍니까. 어헣허헣
  • 아슈 2009/03/10 11:19 #

    그런 경우"만" 있어서 아직 아마추어랍니다~
  • furor 2009/03/10 07:30 # 답글

    (블로그) 돌아오신건가요?

    밸리 돌다 ashu님 이름을 보고 들어와 덧글 남기고 가요.



  • 아슈 2009/03/10 11:20 #

    으음 관심이 좀 사라진듯하여 슬금슬금...
    아직 이글루만큼 글써지는 데가 없어서 ^^;;;
  • 맑음뒤흐림 2009/03/10 10:28 # 답글

    일단 스트레스부터 잡아 없애야겠군요. 이눔자식! 볼기 좀 맞아야 쓰겄구나!
  • 아슈 2009/03/10 11:20 #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틀동안 고생중이랍니다.. 아하하.
    근데 그 스트레스란 넘.. 잡히긴 하나요?
  • 강우 2009/03/10 13:20 # 답글

    절대동감이에요, 몇달째 비슷한 심정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 아슈 2009/03/10 21:32 #

    가려움을 멈춰주는 주사처럼 그리움을 멈춰주는 주사는 어디 없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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